좋은 사람'이 되려다 지쳤던 나
나는 오랫동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길 바랐고, 모임에서 침묵이 흐르면 먼저 말을 걸며 분위기를 띄웠다. 회식 자리에서 먼저 잔을 채우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빠르게 리액션을 했다. 그렇게 나는 ‘잘 지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인간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피로로 다가왔다.
사실 나도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을 조절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억지로 웃어야 했고,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진짜 나’는 점점 사라졌다. 사람들은 나를 편하게 느꼈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점점 내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 익숙해졌다. 누군가에게 거절하지 못했고, 싫은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관계의 허상’에 묶여 있었고, 점점 감정적으로 지쳐갔다. 모든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는 믿음은 결국 나를 고립시켰다.
억지 친밀함은 결국 나를 상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로 여기기 시작했다. 누구와도 틀어지지 않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웠고, 친구들의 말에 늘 맞장구를 쳤다. 심지어 누군가 나에게 실수를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넘겼다. 그러나 내 마음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관계가 많아질수록 내 감정은 더 자주 소외됐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간관계는 진심이 없었고,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지도 않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지 되묻기 시작했다. 내 진심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친해지려 애쓴 사람들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남는 건 공허함뿐이었다.
관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느낀 변화
결정적인 전환점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낸 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마치 '나쁜 짓'처럼 느껴졌고, 미안한 마음에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는 억지로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나를 나쁘게 말하지 않을까,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관계를 끊고 나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됐고, 억지 미소를 지을 이유도 없었다.
관계를 줄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 시간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동안 무시했던 감정들도 하나씩 마주할 수 있었다.
진심이 닿는 관계만이 남는다
관계를 정리하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꾸준히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 마음을 설명하지 않아도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몇 사람의 존재가 나를 다시 회복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진심이 통하는 관계에만 에너지를 쓰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도 여유롭게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불편한 자리라면 피하고, 맞지 않는 사람과는 굳이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자 관계는 자연스럽게 걸러졌다. 억지로 이어진 관계는 사라졌지만, 남은 관계는 더 깊어졌다. 나는 이제 사람 수를 세지 않는다.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어도, 그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준다면 충분하다.
결론: 관계의 진짜 의미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
모든 사람과 친해질 필요는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용기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진짜 관계는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맞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을 속이기보다는, 나를 아껴줄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편이 낫다.
이제는 인간관계가 피로하지 않다. 선택한 관계 속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솔직하게 감정을 나눈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과 굳이 가까워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관계는 결국 나를 지키는 방식이어야 하니까.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 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피로해졌고,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갔다. 그러나 진심이 통하지 않는 관계를 정리하면서 비로소 나다워졌고, 삶은 훨씬 편안해졌다. 진짜 관계는 노력보다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