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참여’하고 있었던 내가, 진짜 관계를 놓치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직장에서는 점심을 따로 먹기 어려웠고, 회식도 빠지면 눈치가 보였다. 친구들 모임은 참석하지 않으면 소외될까 두려웠다. 단체 대화방에서 메시지가 올라오면 반드시 반응했고, 무리 안에서 불편한 사람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업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웃고, 맞장구치고, 리액션을 하면서 나는 점점 ‘진짜 나’를 숨기고 있었다. 마음은 점점 피로해졌고, 감정의 여유는 사라졌다. 관계는 많았지만,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 모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가 빠지면, 그 자리에 없으면, 잊힐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그렇게 억지 친목은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내 마음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서 모임에서 갈등이 생겨도 참았고, 기분이 상해도 웃었다. 누군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했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맡았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모두가 나를 좋아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게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속에는 이상한 감정이 자라기 시작했다. 억지로 웃고 있는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고, 모임이 끝난 뒤에는 더 깊은 피로가 몰려왔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나 혼자 외로웠다. 겉으로는 활기찬 모임이었지만, 나는 점점 말수가 줄고, 마음을 닫아갔다.
그때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노력하는 관계 속에서, 과연 누가 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을까? 모두에게 잘하려던 나는, 결국 아무에게도 내 진짜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목을 위한 모임이 나를 병들게 했다
그 모임은 매달 정기적으로 열렸다. 회비도 있었고, 누구 생일이면 깜짝 이벤트도 준비했다. 표면적으로는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공동체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점점 그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답지 않은 리액션을 반복하고, 원하지 않는 술자리도 억지로 참석했다. 모임에 다녀올 때마다 깊은 피로감이 남았고, 마음은 허전했다.
어느 날, 모임 중 누군가가 무심코 내 외모에 대해 던진 농담에 나는 웃는 척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울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자리에 굳이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며 웃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한 발 물러서며 보인 진심
결심을 하게 된 건 그날 이후였다. 나는 단체 대화방을 나가지 않았지만,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모임에 불참하겠다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보냈고, 그 이후 몇 번의 모임을 빠졌다. 놀랍게도, 그 누구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나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나만 그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억지 친목에서 벗어나자, 진짜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은 정해진 모임이 없어도 연락을 주었고,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남았다. 그런 관계는 숫자로 따질 수 없었다. 한두 명이어도 마음이 통했고, 억지 노력 없이도 이어졌다.
진심으로 연결된 사람만이 남는다
나는 더 이상 모두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대신, 나의 진심을 알아봐 주는 몇몇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 거절이 필요할 땐 분명하게 말하고, 웃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는 애써 웃지 않는다.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자, 관계는 오히려 건강해졌다. 무례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과는 더 가까워졌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잘 지내는 척’보다 ‘불편한 진심’이 더 낫다는 것을.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내가 말을 아껴도,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가짜 친밀함보다 훨씬 깊고 따뜻하다.
결론: 인간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증명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외로움을 피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소속’을 관계로 착각한다. 그러나 억지 친목은 관계가 아닌, 감정의 소모일 뿐이다. 나는 그 안에서 ‘나’를 잃어가며 웃었다. 이제는 다르다. 더 이상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없다. 진심을 주었는데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와 있느냐보다, 어떤 감정으로 관계를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억지 친목에서 벗어나 진심을 선택했을 때, 나는 진짜 나로 살 수 있었다. 더는 꾸미지 않아도 되는 대화, 침묵마저 편안한 사람과의 관계가 내 삶을 바꿨다. 결국 인간관계도 선택의 문제였다. 나를 지키는 선택이 곧, 내 삶을 지키는 일이었다.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던 나는 어느 순간 지쳐 있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자리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소중한 관계가 남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진심만이 관계를 남긴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