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
언제부턴가 나는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를 자산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연락처에 저장된 수백 명의 이름,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 단체 모임에서 나를 알아보는 얼굴들. 겉보기에는 풍요로운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비어 있었다.
어떤 날은 수십 개의 메시지에 답을 하면서도 정작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진심을 담아 물어주는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그제야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결이 있다는 것과, 진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말이다. 관계의 깊이보다 넓이를 좇았던 나는, 어쩌면 단 한 사람과의 진실한 대화보다 불특정 다수와의 얕은 연결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인간관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명확한 한 가지를 느꼈다. 인맥은 많을수록 좋을지 모르지만, 관계는 깊을수록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내 인간관계뿐 아니라 삶의 태도마저 바꾸어 놓았다.
바쁘게 관리하던 인맥들 속에서 느낀 피로감
내가 한창 인맥을 ‘관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지인 생일 챙기기, 명절 메시지 돌리기까지. 표면적으로는 친밀해 보였지만, 나는 점점 지쳐갔다. 메시지 하나에도 ‘예의’를 지켜야 하고, 관심 없는 대화에도 억지로 웃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정말 힘든 날이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정작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수백 명의 연락처가 있었지만, 마음 편히 “오늘 나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외로웠고, 동시에 이 모든 연결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깨달았다.
인맥은 많았지만, 관계는 없었다.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긴 했지만, ‘진심’을 주고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잘 보이기 위한 인간관계를 쌓아왔지, 내 마음을 편히 드러낼 수 있는 관계는 만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 사실은 나를 무너지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제 어떤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관계의 깊이가 만든 변화
나는 점차 연락 빈도를 줄이고, 그 대신 진심이 오가는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허전했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던 사람들과의 대화가 끊기자,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마음이 차분해졌고, 그 빈자리에 깊은 관계가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중 한 친구와의 관계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내가 조심스레 속마음을 털어놨을 때 그는 조용히 들어주었다. 조언도 평가도 없이, 그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나도 처음으로 그 앞에서 울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친구를 통해 관계란 단순한 빈도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깊은 관계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 상황을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아주는 듯했다. 그런 연결은 결코 많은 수가 필요 없었다. 오히려 적을수록, 그만큼 마음을 더 깊이 나눌 수 있었다.
적은 사람이지만 진짜가 남았다
내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면서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억지로 챙기던 모임도, 진심 없는 인사도 줄이자,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졌다. 처음엔 외로울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평안을 느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진짜’였다. 그들은 내 기분이 좋을 때뿐 아니라, 힘들 때도 함께 있어줬다.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관계는 나를 더 당당하게 만들었다. 더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었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나 자신과 진짜 가까운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과 얕은 관계를 맺는 것보다, 몇 명과라도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더 나에게 가치 있다는 것을 안다. 소셜미디어의 숫자가 아닌, 대화 속의 진심이 내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었다. 많은 인맥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 나를 지탱해 준 건, 수백 명의 인맥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진심 어린 친구였다. 그 사람과의 대화, 침묵을 허용해 주는 공간, 서로의 약함을 감싸주는 순간들이 나를 살아가게 만들었다.
관계의 깊이는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자주 보는지, 얼마나 오래 알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순간을 함께했는지가 그 관계의 진가를 드러낸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한 관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연결을 소중히 여긴다.
인맥이란 단어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나를 이해해 주고, 나 또한 마음을 다해 이해할 수 있는 사람 하나면 충분하다. 인간관계의 중심에 ‘진심’을 놓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진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수많은 인맥보다 단 한 사람과의 진실된 관계가 내 삶에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넓이가 아니라 깊이였음을 직접 경험하며 배운 이야기이다.